정당성이 없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첫째,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해야 하고,
둘째, 적정한 곳을 입지로 선정해야 하며,
셋째, 선정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넷째,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하며,
다섯째, 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그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1. 국가 안보상 필요성

 해군의 군사정책은
크게 <대양해군 정책>과 <연안해군 정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양해군 정책>은 '해상교통로 보호'와 '원양작전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연안해군 정책>은 '대잠수함 작전'과 연안에서의 '북한 도발 격퇴'에 필요한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대양해군 정책>은
노무현 정부시절 태동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도 <대양해군>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 4월 29일,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그 개정안에 따르면 ‘대양해군’ 정책이 사실상 폐기된다.


작년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우리 군의 전력 증강 방향이 북한의 국지도발 등
현존 위협에 대응하는 쪽으로 대폭 선회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국가안보의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이에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안보를 빙자하여
군 내부에서 '자체 세력 확장'과 '이익 도모'를 기하려는 '해군의 몸 불리기 사업'에 불과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2. 입지 선정의 적정성

  입지 선정의 적정성에 대해 살펴보면,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해안가는 애당초 해군기지 후보군에도 없던 곳이다.
해군은 2002년 해군기지의 최적지로 '화순항'을 선정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자,
2005년 9월경 해군기지 사업대상 지역을 기존의 화순에서 '위미'로 변경하여 추진하였으나
이 역시 위미리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강정이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또한 선정을 주도한 자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당사자인 해군이나 정부가 아니라 바로 제주도지사다.
(그 당시 김태환 도지사 - 도지사 주민소환 투표로 제주도가 한창 들끌었던)
그 도지사가 강정마을로 결정ㆍ추천을 했고 해군도 이에 동의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도지사가 앞장서서 선정을 했을까? 의문이 없을 수 없다.

더군다나 강정 앞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강정 해안가는 길이 1.2km에 달하는 '한 덩어리' 용암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고,
해안 주변의 토지 대부분이 대규모 역사 유물 산포지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다.

 
또한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올레 7코스" 가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했고 (전세계 유일),
최근에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여 범국민적인 지원열기를 이끌어낼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제주의 '보물'이자 '미래가치'이므로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보전해야 한다.
그런 제주에서 어떻게 강정을 입지로 선정하여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그런 발상이 가능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3. 선정과정의 민주성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해안가의 선정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공작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강정마을은 인구가 1,900명 정도 되는데, 2007. 4. 26. 불과 80여 명이 모인 마을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결의가 이루어졌고, 도지사는 여론조사를 거쳐 주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2007. 5. 14. 해군기지 강정동 유치결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마을주민들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며 반발을 했고,
결국 2007년 8월 10일 마을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결의를 주도한 마을이장을 해임시켰다.
당시 투표에는 마을주민 436명이 참가해 유표 투표수의 95.4%인 416명이 마을이장 해임에 찬성을 했다.

그 열흘 후인 2007년 8월 20일에는 공개적으로 "해군기지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였는데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해 유효 투표수의 94%인 680명이 유치에 반대했다.
이처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소수만이 모여 결의를 하였는데
도지사가 말하는 그 여론조사 결과는 주민 다수의 찬성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여하튼, 해군은 강정주민들이 유치를 원했으므로 그렇게 결정했다고 강변을 하며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서게 되었고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사촌끼리는 물론 형제끼리도 원수가 되어 서로 싸우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서귀포신문>이 2009년 9월 2일부터 11일까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대감,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적인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이 전체 주민 중 75.5%를 차지하였다.
정신이상 소견 중에는 '적대감'이 가장 많았는데 전체 주민 중 57%가 적대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전체 주민의 43.9%나 되어 제주도민의 자살충동 평균치인 8.1%에 비교해 볼 때 5.4배나 높았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했다고 응답한 주민들도 34.7%나 됐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정신상태가 황폐화되어 버린 것이다.


4. 법과 절차의 준수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가 특별법상의 "절대보전지역" 제도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의 고유한 특성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 시설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공유수면의 매립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2010년 7월 28일 기준으로 절대보전지역 지정현황을 보면 제주도 전체 면적 중 10%에 해당하는 188km2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 등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 대부분의 절대보전지역이 산에 많이 속해 있는데, 강정해안 처럼 해안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극히 드물고 더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의 자연환경 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강정해안가는 더더욱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올레7코스에 위치하고 있어
2004. 10. 27.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정해안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였다.

제주도에서 작성한 2009. 9. 25. 자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예정지내 절대보전지역 변경(축소) 조사ㆍ검토서」에는
“현장조사 결과, 본 지역(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 당시(2004. 10. 27.)와 환경여건이 변화되지 않았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의미는, 강정해안변 절대보전지역은 환경여건의 변화가 없어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해제할 수 없음을 제주도 스스로 자백한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이를 무단으로 해제하는 횡포를 자행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기본권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법원이 강정 주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주민들은 소송할 자격이 없다고 하며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의 위법성은 판단하지 않은 채 각하 판결을 함으로써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번 해제를 그대로 용인하게 되면 앞으로는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 달면
절대보전지역을 함부로 해제하고 마음껏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자연환경보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버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만일 제주에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에 불과하므로 절대보전지역이 아닌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지역 중에서
입지 최적지를 찾아 건설하면 된다.
그럼에도 구태여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무단으로 해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5.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성

제주는 국가권력의 횡포로 인해 수많은 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4ㆍ3의 비극이 있는 곳이다.
그런 비극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5. 1. 27.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다.

따라서 이 '평화의 섬' 은 4ㆍ3의 아픔과 한(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열망이 담긴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써 제주도는 '갈등의 섬'으로 전락했고
강정마을 공동체의 평화는 산산조각이 났다.

강정마을회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해군은 회유와 매수로 마을회의 의사결정을 조작하여 입지를 결정했고 주민들을 협박하고 이간질시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은 주민들을 구속ㆍ구금하고 벌금 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마을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라고 하고 외치고 있다.

이처럼 폭력적이고 반 평화적인 방법으로 들어오는 '해군기지'가 어떻게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가 있겠는가.
힘이 있을 때 평화가 지켜진다는 냉엄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은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렇게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며 들어오는 '제주해군기지'를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강정마을회 -

Posted by 탐라공화국